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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부다페스트에서 동양의 감성(?)이 그리워 일본과 중국 작가 책을 ebook으로 몇 권 읽었다. 최근에 읽은 책 모두 깊은 감동을 받아서 간단히 평을 남겨보고자 한다.

1. [소설] 니시카와 미와 ‘아주 긴 변명’

아내가 갑작스럽게 죽은 뒤, 주인공이 느끼는 상실감을 담은 소설이다. 독립적인 것 같으나, 다소 이기적이고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한 주인공에게 내 모습을 보았고, 많이 공감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고, 누군가는 의식적으로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어바웃어보이’ 휴 그랜트의 동양 버전같은 남자 주인공에게 몰입해 눈물 콧물 흘리며 책을 읽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보았으나 역시 소설이 담을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의 묘사를 영화가 표현하기에는…

왜 우리는 소중한 것들에게 상처를 주는 건지. 눈에 보이는 신호를 무시하고, 잡았던 손도 놓아버리고. 언제나 기회를 날려버리죠. 왜 이렇게 맨날 헛발을 디디고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지. 정말 끔찍합니다. 책을 읽어도 돈을 벌어도 전혀 현명해지지를 않으니. 언제까지 이런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건지. 이제 넌더리가 납니다. 아주 넌더리가 나요. [아주 긴 변명] 213p

2. [에세이 같은 자서전] 테라오 겐 ‘가자, 어디에도 없던 방법으로’

죽은 빵도 살린다는 토스트기를 만든 ‘발뮤다’ 창업자 테라오 겐의 자서전이다. 일반적인 기업의 창업가 자서전과 다르게 그의 책은 순간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감정의 묘사가 풍부하다. 테라오 겐은 락스타를 꿈꾸며 10년동안 락밴드에서 활동하다 실패하고, 직접 제조를 배워 발뮤다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기업가가 아니라 예술가의 영혼으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나는 시인이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순간, 그런 순간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단 한 구절의 노랫말이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서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과 공감대를 이뤄 낼 때가 있다. 곡을 만들 때에도, 제품을 만들 때에도,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언제나 그것 뿐이었다 [가자, 어디에도 없던 방법으로] 201p

난 발뮤다를 써 본 적이 없으나, 책을 읽고 그의 낭만과 열정에 홀딱 반해 테라오 겐의 인터뷰와 영상을 소녀팬의 마음으로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고… 유투브에는 모든 정보가 있는 것 같으나 테라오 겐은 없었다. 예술가의 마음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육체적으로) 힘든 일인지… 그럼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아름다운 언어로 이야기한다.

3. [에세이] 위화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난 작가들이 자신의 글쓰기 방법에 대해 쓴 에세이를 과도하게 좋아한다. 글쓰기에 열정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작가들이 바라보는 세상과 글에 담는 과정을 읽는 것은 항상 즐겁다. 소설은 한 권도 읽지 않고 글쓰기에 대한 에세이만 읽은 작가도 많은데… 스티븐 킹과 김연수, 폴 오스터.. 중국 작가 위화도 그 중 한 명이다.

위화 작가의 글에는 언제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느껴진다. ‘모순으로 가득찬 인간 세계를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단 말이야…’라고 중얼거리며 나는 매번 그의 글에 매혹되고, 위로를 받는다.

푸구이 같은 사람의 인생을 관찰자의 시점에서 보면 고난 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푸구이로 하여금 자기 이야기를 하게 하면 고통스런 삶 속에도 즐거움이 가득하게 되지요.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하나하나 그보다 앞서 세상을 떠나긴 했지만 그들의 가정은 한때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인생>은 저에게 이처럼 소박한 이치를 말해주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자기 자신이 어떻게 느끼느냐에 달린 것이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견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109p

위화 작가 유투브 영상도 소녀 팬의 마음으로 한참을 보았다.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외모지만, 이미 팬이 되어버린 나는 그가 정우성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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