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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한달살기 – 첫 주

리스본에 도착해 첫 며칠은 와이파이 때문에 고생했다.

1.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한 다음 날,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하려 했다. 그런데.. 숙소 와이파이가 느렸고, 베를린에서 구매한 Aldi 유심칩도 충전하지 못해 스마트폰 로밍도 불가능했다. 느린 와이파이를 붙잡고 공인인증서를 다운받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다 몇 번을 울 뻔 했다.

2.

보다폰 매장에 가서 유심칩을 새로 사고, 데이터 패키지에 가입하면 인터넷을 쓸 수 있었지만 게으른 나는 1~2월에 쓰던 알디 유심칩을 계속 사용하고 싶었다. 리스본에서 ALDI 유심칩을 충전할 수 있는 방향을 이리저리 고민해보고, 인터넷 결제도 시도해보았지만 모두 허탕.

☞ 독일에서 ALDI 유심칩을 사고, 충전을 충분히 해놓으면 한달 15 유로를 내고 최대 5GB를 EU국가 어디든 로밍해서 쓸 수 있다. 충전은 ALDI 슈퍼마켓 또는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인터넷으로 충전 시, 독일 계좌 및 신용카드가 있어야 한다.

3.

다음날, 스카이프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다 수강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쌤 저번(부다페스트 숙소 와이파이)이랑 인터넷 속도가 너무 차이가 나요. 화면도 거의 멈춰있고 흐려서 잘 안 보여요”

4.

이에 정신을 차리고 동네 보다폰으로 달려가 15일에 30GB를 제공하는 패키지를 2만원에 가입했다. 30GB로 맥북, 태블릿, 스마트폰을 로밍해 사용하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왜 진작 보다폰에 가지 않았을까. 관성에 젖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 리스본에서 장기로 머무를 경우, 보다폰에서 travellers package 구매 시 20유로(약 25000원)를 내고 한 달 5GB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리스본 대다수 공간의 인터넷이 느리기 때문에, 나처럼 노트북 이용 시 Vodafone Go Package(15일에 30GB)를 추천한다.

5.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으니… 숙소가 춥다. 엄마같이 자상한 미소의 호스트는 집에 히터를 켜지 않았고, 나는 잠옷 위에 패딩을 입고 이를 닦고, 커피를 내린다.

​6.

카페에 가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다수의 리스본 카페들은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다. (혹은 숙소보다 느린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카페에서 일하는 문화가 없다. 첫 날 이런 분위기를 감지 못한 나는 사람들로부터 ‘여유와 만남의 공간인 카페에서 왜 노트북을 펴고 인상을 쓰고 있는거지?’ 라는 시선을 받았다.

코워킹스페이스를 알아보았지만, 일하는 공간에 15만원이 넘는 돈을 쓰고 싶진 않았다. 그러다 호스트가 추천한 리스본 대학 근처에 국립 도서관이 생각났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라니.. 고등학교 시절 공부하던 시립도서관의 칸막이 책상이 떠올라 내키지 않았지만, 집에서 15분만 걸으면 갈 수 있고 다른 대안도 없어 도서관을 방문했다.

7.

기대없이 도착한 국립 도서관 BNP(National Library of Portugal)은 중세버전의 WeWork를 연상시킬 정도로 쾌적하고, 책상이며 책장, 벽장식까지 아름다웠다. 도서관 한쪽 벽면이 통 유리로 뚫려있어 햇빛이 잘 들며, 유리 문을 열고 나가 야외 테이블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미리 좌석을 지정해 앉을 수 있고, 사람들이 마주보지 않고 한 쪽 방향으로 앉게 해 집중도 높은 환경을 만들었다. 월~토 오전 9:30까지 오후 7:30까지 사용하는데 일주일에 3유로(4000원), 한 달에 12유로(12,000원)만 내면 된다. 외부에 무료 작업 공간도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인터넷은 느리다.. 포르투갈에서는 보다폰 와이파이를 이용하자)

8.

갑자기 서울에서 지불한 코워킹 스페이스 비용들이 하나씩 스쳐지나갔다… 지난 2년동안 위워크, 패파 등 여러 코워킹 스페이스를 전전하며 깨달은 것은- 힙한 음악과 감각있는 인테리어, 맛있는 커피, 언제든 마실 수 있는 수제 맥주는 일을 잘하는데 크게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멋진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으나, 오히려 그런 감정들이 다른 곳에 정신을 빼앗기게 만들 수 있다. (나도 에어팟을 사야하나? 맥북에 스티커를 붙여야 하나? 등)

9.

서울에도 포르투갈 국립 도서관같은 곳이 있지 않았을까? 서울에서 너무 게으르고 뻔하게 도시를 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풍요롭고 쾌적한 공간을 누릴 수 있는 도시가 좋은 도시인 것 같다. 공립 도서관이나 공원, 갤러리, 자전거도로, 도보의 쓰레기통 같은 것들.

10.

리스본은 이 외에도 멋진 부분이 많은데… 조금 더 지내봐야 알겠지만… 포르투갈 사람들은 왜 이리 다들 소탈하고 친절한걸까.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정말이지 여유와 생기가 넘치는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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