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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에스프레소

리스본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에스프레소를 준다.

1.

포르투갈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경우도 거의 없고, 카페에서 모두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다.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를 조금 넣거나, 양을 조절하거나 크림을 올리기도 하지만- 서울의 카페처럼 다양한 종류의 라떼는 판매하지 않는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도, 큰 사이즈의 컵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에스프레소를 마셔야 하는 경우도 많다. (동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나 롱블랙이라 말하면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abatanado 라고 주문해야 한다.

도시 어디서든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는데, 집 주변에 자주가는 김밥나라와 비슷한 식당에서도 에스프레소를 제공하고, 도서관 옆 핫도그 집에서도 후식으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에스프레소 가격은 평균적으로 0.6 유로 (1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재밌는 건 포르투갈 사람들은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엄청 넣는데, 그 작은 양의 커피에 한두 봉지의 설탕을 털어넣어 수저로 휙휙 빠르게 돌린 다음 가볍게 잔을 들어 우아하게 마신다.

자주가는 핫도그 집에서 후식으로 주는 에스프레소와 설탕, 버블껌

2.

리스본에서 커피는 휴식이다. 이것을 깨달은 것은 카페에 들어가 테이크아웃 커피를 요청할 때였다. 카페 주인은 ‘얘가 뭔소리를 하는거야’ 라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테이크아웃 컵은 없다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테이크아웃이 불가능한 카페가 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먹고, 포르투갈 커피 문화를 구글에 찾아보았다. 포르투갈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상황은 두가지인데, 첫번째는 휴식시간에 잠시 나와 에스프레소를 주문해 카운터에서 빠르게 원샷하고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다. 두번째는 에스프레소를 한 잔씩 시켜 각종 베이커리와 함께 오랜 시간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 것이다.

이들에게 커피는 휴식이자, 신성한 의식이기 때문에- 서울처럼 카페에서 일을 한다거나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등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테이크아웃 커피도 물론 없다. ( 이것은 일반적인 동네 카페의 모습이고, 스타벅스나 관광지의 카페들은 서울의 카페 모습과 유사하다 )

쉬는 시간에 카페 마실 나와 에스프레소 한 잔씩 때리고(?) 가는 아저씨들

3.

서울과 다른 문화에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하고, 이 때문에 웃긴 에피소드도 많았다. 내게 커피는 일을 하기 위해 마시는 강장제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일하면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는 것은 큰 괴로움이었다. 한번은 카페에 텀블러를 가져가서 커피를 넣어달라고 부탁하려다… 너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봐 포기했다.

4.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리스본에서 지낸지 2주 정도 지나자, 나도 하루에 세 번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아침에 도서관에 가기 전 동네 카페에서 에그타르트(nata)와 함께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점심에 핫도그 집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5시쯤 휴식 겸 도서관 옆 카페를 방문해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게 휴식을 취한다.

모두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5.

리스본을 2주 뒤에 떠난다고 생각하면 자주 슬퍼진다. 올해 한 달에 한 번 사는 도시를 옮기기로 계획했을 때, 어떤 도시가 깊이 좋아질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단순히 각 도시별 개성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재미를 기대했다. 이제 리스본 도서관에 인사하는 사람들도 생겼고, 자주가는 핫도그집, 카페, 레스토랑, 슈퍼마켓의 사람들도 내 서툰 포르투갈어에 응원을 보내주는데… 곧 떠난다니…

6.

과거 우리 집에 머물던 에어비엔비 게스트들이 서울이 좋아서 여행 후 다시 돌아와 1달 이상 도시에 머무는 경우가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얘넨 언어도 모르고, 여기 아는 사람도 없으면서 뭐가 좋다는 거야’ 하며 서울에 돌아온 이유가 궁금했다. 리스본에 지내보니, 다른 도시가 좋아지는 것은 내가 오랫동안 생활한 도시에서 찾으려 했으나, 찾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소탈함, 여유로움, 목적없는 친절- 같은 것들.

7.

가끔은 길에서 홀짝홀짝 마시는 테이크아웃 커피가 그립긴 하지만.. 그래도 리스본을 떠난다면 왠지 눈물이 날 거 같다.

 

1 Comment

  1. 두번째로 큰 도시인 포르투는 수도인 리스본보다 더 포르투갈스러워서 더 좋아요.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가보세요! ㅎㅎ Nata도 그렇고 카페솔로도 그렇고 그곳은 정말 저렴하죠. 두개 한꺼번에 주문해도 2유로가 넘지 않으니까요.
    아마 유럽에서 가장 싼 커피와 맛있는 빵이 아닐까.. Nata는 식사대용으로도 가능하더라고요. 빵이 식사로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상하게 포르투갈에서는 가능했었어요. 설탕이 많이 들어갔을텐데 계란의 힘이려나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런 에그타르트를 한번 더 먹고싶어지네요. 솔님 해가 바뀌었는데 복 많이 받으시고 밴쿠버 후기도 기대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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