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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의 세번째 토요일

리스본에서 맞이하는 세번째 토요일,집에서 2시간을 걸어 Maat 현대미술관을 다녀왔다.


리스본 거리를 걸으며 발견한 것들, 생각들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다.

오전 10:30

동네 카페에서 아침 겸 커피와 시나몬가루를 뿌린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리스본의 모든 카페에서 에그타르트를 팔지만, 맛이 조금씩 다르다. 에그타르트 내부 계란 커스터드 반죽을 얼마나 익히느냐가 맛의 차이를 만든다.

Nicola는 포르투갈의 유명한 커피 브랜드이다. (한국의 맥심같은..)

오전 11:30

길을 걷다 테슬라 매장이 보여서 건물에 들어가보니 리스본에서 꽤나 유명한 El Corte Inglés 백화점이었다. 백화점은 어느 도시든 다 비슷하게 생겼다. 매장에 들어가는 순간, 강남 신세계 백화점으로 순간이동한 느낌이었다.

테슬라 매장에서 30대 중반의 남자가 전시된 차 내부에 앉아있었는데 표정만 봐도 그가 테슬라를 주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얼마나 흐뭇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백화점을 나오니 도로에 주행하는 테슬라가 여러 대 보였다.

El Corte Inglés 백화점 내 Tesla 매장

El Corte Inglés 백화점 옆 Largo do Parque 공원. 이 공원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오후 12:00

핸드폰 충전이 필요해 주변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일반 동네 카페들은 자리가 협소하고 충전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금까지 본 어떤 맥도날드보다 깨끗하고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지점이였다. 사람들이 기계로 주문하고, 세련된 전광판에 현재 조리되고 있는 주문번호와 조리 완료된 번호가 구분되어 나타난다. 휴지통도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기 때문에 주변에 음식물이 묻거나 떨어지지 않는다.

그 외 특이했던 것은 글루텐 프리버거와 치킨을 판매한다. 버거 세트를 주문하고 700원을 더하면 후식으로 에스프레소를 준다

오후 1:00

리스본은 관광지가 아닌 모든 거리는 평화롭고 한산하다. 기분좋게 길을 걷다가 일본 편집숍이 보여서 들어갔다. 일본인 주인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 서울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다음은 주인과의 대화.

나: 리스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건가요? 아니면 일본에서 이사온 건가요?
주인: 아냐. 나는 일본에서 자랐어. 리스본에는 패션 사업을 하러 왔어
나: 여기 산다니 부럽네요. 리스본은 멋진 도시예요. 저도 가능하다면 리스본에 오래 살아보고 싶어요.
주인: 리스본에서 한국 식당을 열어. 리스본에는 한국 식당이 하나도 없어. 그럼 넌 백만장자가 될거야. 난 이미 여기서 백만장자야(순간 뭐지 싶었지만 진짜일수도 있다)

매장을 나와 구글에 찾아보니 리스본에는 한국 음식점이 2개 있다. 그중 하나는 도심과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있고, 다른 하나는 대형 쇼핑몰 내부에 아시아 푸트코트 중 하나이다. (하나도 없다는 주인의 말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다) 그 외 아시아 레스토랑으로 구분 되어있는 몇몇 레스토랑에서 태국, 베트남, 일본 음식과 함께 한국 음식을 팔기도 하지만 그건 한국 음식점은 아니니까..

스트릿아트가 예뻤던 리스본 거리

리스본의 일반적인 레스토랑 풍경

오후 2:00

길을 걷다가 여러번 딴 곳으로 세서 그런지 걸어도 걸어도 미술관에 가까워지지 않았다. 결국 2km 남겨두고 열차를 탔다. 리스본 대중교통은 지하철, 트램, 버스, 열차가 있는데- 교통카드 충전이 다소 불편하다. 매번 느끼지만 대중 교통 시스템은 서울이 참 잘 되어 있다.

오후 3:00

Maat 미술관은 해변가에 위치해 있다. 리스본에는 좋은 공원들이 도심 곳곳에 있고, 아름다운 해변이 도시를 감싸고 길게 늘어져 있다. 게다가 유럽에서 3번째로 햇볕이 잘 드는 도시로 항상 날씨가 맑다. 매일 눈부신 날씨를 공기처럼 누리는 포르투갈 사람들을 보며 삶은 공평하지 않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Maat (Museum Art Architecture Technology)

오후 3:30

Maat 내부의 3개의 전시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건물의 구조가 미로같아 독특했다. 신생 갤러리여서 그런지 몇 군데 포토존을 만들고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해시태그도 그렇고, 포토존도 엉성해서 서울의 디뮤지엄이나 대림뮤지엄을 벤치마킹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시태그 이벤트 없이 운영이 잘 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가끔은 길에서 홀짝홀짝 마시는 테이크아웃 커피가 그립긴 하지만.. 그래도 리스본을 떠난다면 왠지 눈물이 날 거 같다.

오후 5:00

전시 관람을 마치고 건물을 나오자 티켓부스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알고보니 Biennial of Comtemportary arts 프로그램 공연이 갤러리에서 5시에 시작했다. Biennial of Comtemportary arts 는 3월부터 4월까지 포르투갈 리스본과 포르투, 브라가 3개 지역이 함께 주최하는 예술 행사이다. 동일한 전시, 영화, 공연을 각 도시가 돌아가며 다른 장소에서 주최한다. Maat 프로그램은 러시아 크리에이티브 집단 Vasya Run이 만드는 행위 예술 공연이었고, 호기심에 이끌려 공연 티켓을 구매했다.

오후 6:00

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고, 무엇보다 관객들이 둥글게 앉아 관람하는 형식이 좋았다. 유투브 영상을 보며 동시에 댓글을 읽듯이, 공연을 보며 관객들의 반응, 표정을 즉각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즐거웠다. 일반 강의실이나 공연장, 영화관도 한쪽 방향이 아니라 관객이 마주볼 수 있게 둥글게 배치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래 영상은 Vasya Run 의 런던 공연이다. 프로그램 구성은 조금 달랐지만, 자리의 배치, 관객과의 교류 방식은 금일 공연과 유사하다.

오후 11:40

쿨한 애들은 말이 없다던데.. 나는 여기 와서 (글로) 점점 수다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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