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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올해 한 달에 한 번 사는 도시를 옮기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

처음에는 도시마다 집을 구하는 것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에어비엔비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용하면 나 홀로 지낼 집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2.

베를린과 부다페스트에서 집을 구할 때는 운이 좋았다. 베를린에서는 sell your stuff berlin 라는 중고 거래 페이지에 올라온 다소 스팸글 같은 게시글을 보고 덜컥 거래를 진행했다. 기대 없이 도착했는데, 결과적으로 힙한 동네에 위치한 아름다운 집이었다. 2월에는 집 찾기를 미루다가 떠나기 2주 전 에어비엔비에서 괜찮은 집을 찾았다. 2월 예약이 없어 불안했던 호스트는 내게 20% 할인을 해주었고, 합리적인 가격에 부다페스트 도심에 위치한 아늑한 집에 살 수 있었다.

3.

리스본에서 지내는 집도 큰 고민없이 예약했다. 리스본 렌트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한 달만 빌릴 수 있는 집이 없어서, 에어비엔비에 들어가 호스트 커플과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를 예약했다. 1~2월에 홀로 살다 보니 여기서 호스트 커플과 교류하며 사는 재미가 있고 동네가 평화롭고 생기가 넘친다.

4.

문제는 4월이다. 동서남유럽 도시를 하나씩 가봤으니 북유럽도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에 덴마크 코펜하겐 집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가보고 싶었던 네덜란드 암스트레담 집도 동시에 알아보았다. 에어비엔비에서 시세를 알아보자 작고 허름한 방을 쉐어하는 것도 한 달에 150만원 이상 지불해야 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코펜하겐과 암스트레담 rent 페이지들을 하나씩 가입했다.

5.

페이스북에 들어올 때마다 렌트 글을 피드에서 읽었는데… 이건 뭐 경쟁이 너무 심하다. 가격과 집이 괜찮다 싶으면 1시간 안에 댓글이 4-5개씩 달리고, 집을 찾는 사람들은 절박함에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룸메이트인지 홍보 글을 매력적인 사진과 함께 올린다. 매일 어딘지도 모르는 암스트레담/코펜하겐 집 사진과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전세계 경쟁자들의 사진을 번걸아 보며 과연 내가 여기서 집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일었다.

6.

도시를 옮기며 좋은 집에 대한 몇가지 기준이 생겼는데-

1) 방에 큰 창문이 있어 햇빛이 잘 들어와야 한다.
2) 침대와 선반만 놓여져 있는 등 숙박업소 느낌이 아니다.
3) 방이 넓고 책상이 있다.
4) 집이 관광지에 위치해 있지 않지만, 도심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있다.
5) (플러스) 집 주변에 도서관과 공원, 산책로가 있다.

이 기준들을 모두 충족하며, 날짜와 가격이 맞는 집을 암스트레담과 코펜하겐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7.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한동안 집을 알아보며, 에어비엔비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 에어비엔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10~12% 수수료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페이스북에서 사기는 아닐까, 사진은 진짜일까, 룸메이트는 어떤 사람일까, 이런 것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시간과 정신적 노동을 생각하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중고나라의 렌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8.

결국 런던 외곽(Greater London)의 숙소를 에어비엔비로 예약했다. 영국에 가는 이유는 비자 문제도 있지만, 길을 잃고 방황하다 친구들의 페이스북 댓글에 우연히 영국 도시들을 찾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상이 계획없이 흘러간다. 런던에서 집을 구할 때도 참 희노애락이 많았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에..

9.

과거 유현준 교수의 ‘어디서 살 것인가’ 책을 보다가 이런 내용이 있었다.

단기 임대가 늘어나고 더 이상 자녀들의 학교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집에 대한 우리의 의식은 많이 바뀔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오면 사람들은 어쩌면 6개월은 금호동 옥탑방에 살다가, 한 2개월은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펜트하우스에서 방 하나를 빌려 살아 보다가, 봄철 3개월은 마당이 있는 어느 주택에서, 휴가 기간에는 로마에 있는 아파트를 빌려 살 것 같다.

올해 이런 삶을 직접 실험해 보고 싶었고, 실제 도시를 옮기면서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인가’ ‘나는 어떤 집/동네를 원하는가’ 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10.

5월에는 코펜하겐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아마 또 생각도 못한 도시로 가게 되겠지…

Cafe da Garagem Lis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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