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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첫번째 토요일

런던에서 맞은 첫번째 토요일을 시간 순으로 기록해 보았다.

오후 12:30

오전에 온라인 수업을 하고, 센트럴 런던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킹스턴에서 센트럴 런던까지는 약 50분 정도 소요되고,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야 한다. 런던의 지하철 시스템은 노선이 워낙 많고, 같은 색의 라인이더라도 3~4갈래로 열차 방향이 나눠지는 경우가 있으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 킹스턴에서 센트럴 런던으로 이동하는 편도 비용은 오이스터카드 이용 시 4.3파운드(약 6500원)이다.
☞ 서울의 지하철 시스템과 유사하나, 아래 District Line의 경우 열차 방향이 6군데이다. 이 때문에 환승역에서 종착역 이름을 확인하고 열차에 탑승해야 한다.

오후 1:30

첫 목적지는 사치갤러리였다. 광고계의 거장 찰스 사치의 개인 소장품 전시로 시작한 이 곳은 현재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현대미술관으로 자리잡았다. 지하전시관을 포함해 총 4층, 14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진 이 거대한 규모의 갤러리의 입장은 놀랍게도 무료이다. (국립미술관이 아니라 사립미술관인데..!)

갤러리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 주변 공터에 걸터앉아 무언가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알고보니 토요일마다 갤러리 앞에서 ‘Duke of York Square Food Market’ 이라는 푸드마켓이 열린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아시아 음식부터 중동 음식까지 30~40개의 푸드코트가 줄지어 있었고, 음식을 맛보려 들뜬 사람들로 북적였다.

푸드마켓만 봐도 런던에 얼마나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지 알 수 있다. 일주일동안 여러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문화적 다양성 때문인지 도시 곳곳에 자유롭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

2011년 인구조사로는 런던 대도시권에는 817만4100명이 살고 있다. 그중 44.9%만이 백인이다. 37%가 영국 밖에서 태어났고 그중 24.5%는 유럽 밖에서 태어났다. 1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소수민족 공동체가 런던에 50개가 넘는다.

재영 칼럼니스트 권석하 주간조선 칼럼 중에서

오후 2:00

푸드마켓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사치갤러리로 들어갔다. 건물 내 사람은 많지만 공간이 넒고 전시실이 많아서 붐빈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대다수 사람들이 전시실 1부터 전시실 14까지 차례대로 보기 때문에, 전시관마다 만나는 관람객이 생긴다. 내 경우에는 2명의 개구쟁이 딸을 데리고 온 흑인 아빠, 작품 감상에 몰두하는 할머니와 고성능 카메라로 작품을 찍는데 열중하는 할아버지 부부, 작품마다 재치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즐거워하던 아시안-유럽인 커플과 전시실마다 마주치곤 했다.

+ Saatchi Gallery (사치갤러리)
– 주소 : Duke Of York’s HQ, King’s Road, London
– 가는 방법 : Circle, Distric라인 Sloane Square staion 하차
– 운영시간 : 월~일요일/ 10:00~18:00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www.saatchigallery.com/

오후 03:30

사치갤러리에서 나와 하이드파크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에 명품 매장이 줄지어 있는 킹스로드(Kings Road) 를 지나게 되었다. 다른 도시의 명품 거리와 다르게 캐쥬얼한 느낌의 거리였다. 명품 브랜드는 잘 모르지만, 외관 전시가 독특한 매장들은 시간을 두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물론 들어가진 않았다 ㅋㅋ ) 최근 재미있게 본 넷플릭스 드라마 The Assassination of Gianni Versace – 지아니 베르사체의 암살 때문인지 베르사체 매장과 형형색색의 스타일이 눈에 띄었다.

☞ 사치갤러리와 킹스로드는 런던에서도 가장 집값이 비싼 첼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런던의 청담동이라 불린다고…

오후 4:00

런던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하이드파크는 160㎡의 거대한 규모의 공원이다. 공원으로 들어가면 백조, 청둥 오리를 포함해 온갖 새들이 유유자적 떠다니는 세펜타인 호수를 만날 수 있다. 손바닥에 빵조각을 얹어서 기다리면 오리들이 와서 부리를 콕 찍어 먹을 정도로, 가까이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오후 5:00

하이드파크를 1시간 정도 산책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Lost in City Guide 어플을 켜보았다. 가까운 거리 순으로 장소를 추천해주는데, 하이드파크 안에 Serpentine 갤러리가 맨 첫번째 항목으로 나왔다.

Serpentine 갤러리 안에는 다양한 예술 서적과 잡지를 판매하는 서점이 ㄱ자 모양으로 위치해 있고, 스위스 예술가 Emma Kunz 의 치유미술 작품을 무료로 전시하고 있었다.

Emma Kunz(1892-1963)는 자신을 아티스트보다는 치유자(healer), 자연 연구가(researcher of nature)로 여기고, 400여점의 관련 작품을 남겼다. 기하학적인 모형과 모눈종이 위에 겹겹히 쌓인 직선들, 균형, 파스텔 톤의 색채를 보고있자니 마음의 묘한 안정감이 들었다.

갤러리 문을 나오자 하이드파크에 위치한 두번째 Serpentine 갤러리(Serpentine Sackler Gallery)의 홍보판넬이 놓여져 있었다. 런던에서 딱히 특별한 일정이 없던 나는… 그 갤러리도 보고자 발걸음을 옮겼다. 10분 정도 걸어 도착한 Serpentine Sackler 갤러리는 외관이 아름답고, 건물 왼쪽에는 고풍스러운 카페와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다. 갤러리에는 Hito Steyerl 의 인공지능을 이용한 미디어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AI 소재와 아티스트의 유명세가 만나서 그런지 갤러리에는 힙스터 느낌의 젊은 유럽인 관객들이 많았다.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AI 기술을 융합해 전달하는 멋진 전시였다.

+ Serpentine Gallery
– 주소 : Kensington Gardens, London W2 3XA
– 운영시간 : 월~일요일/ 10:00~18:00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s://www.serpentinegalleries.org/

+ Serpentine Sackler Gallery
– 주소 : W Carriage Dr, London W2 2AR
– 운영시간 : 월~일요일/ 10:00~18:00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s://www.serpentinegalleries.org/

오후 7:00

하루 2만보가 넘는 걸음과 런던에서의 시각적인 자극/정보에 급격히 피곤해져 카페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탄산수를 들이키며 하루의 여정을 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 부러움이 파도처럼 일렁일 때가 있는데, 런던에서 자주 그 감정이 일었다. 문화적인 다양성과 자유로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원, 현대미술 갤러리 – 런던은 새로운 모험이 어디든 기다릴 것 같은 흥미진진한 도시이다.

사실 여기 도착하기 전까지 런던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화려한 대도시이고 계급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 만큼 계층이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다소 속물적이고 이기적일 거란 인상이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동안 지내며 만난 런던 사람들은 친절하고, 예의바르며, 여유롭고- 상호 계급 간에 위계질서나 갈등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행은 내 안의 편견들, 선입견을 깨나가는 시간이다. 올해 도시를 옮기며 마음 속의 작고 편협한 생각들이 하나씩 사라지기를 바라본다.

영국인은 남들이 좋다는 삶보다는 자신이 선택하고 주도하는 삶을 더 원한다. 그래서 좀 가난하게 살아도 자신의 시간을 갖고 행복하게 살기를 선택한다. 영국인은 자신과 남을 잘 비교하지 않는다. 자신의 것이 아니면 탐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 밖이면 넘보지 않는다.

재영 칼럼니스트 권석하 주간조선 칼럼 중에서

☞ 런던의 문화/사람들과 관련해 아래 권석하 칼럼니스트의 글들을 추천한다.

[런던 통신] 최고 인기 직종은 정원사! 영국인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
[런던 통신] 영국인들은 ‘스카이 캐슬’을 꿈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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