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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두번째 토요일 | 해크니 Hackney

런던에서 맞은 두번째 토요일, 해크니(Hackney) 지역에 방문했다.

오후 12:00

오전 일찍 온라인 수업을 하고, 이스트 런던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첫 목적지는 런던 해크니(Hackney)에 위치한 브로드웨이 마켓(Broadway Market)이다.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는 소규모의 플리마켓을 검색하다 발견한 곳이다. (나는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많은 플리마켓에 가면 쉽게 피곤해진다…)

☞ 숙소가 위치한 킹스턴(Kingston)에서 이스트 런던까지는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고, 편도 비용은 오이스터 카드 이용 시 약 5.8파운드 (약 8700원)이다.

오후 1:40

워털루 역에서 내려 버스 388번을 30분 정도 타고 해크니에 도착했다. 런던의 빨간 버스 2층에는 나와 영국인 노부부만 앉아있었다. 두 분이서 고개를 마주하고 이야기하시다가, 갑자기 할아버지가 버스 뒷자리에 가서 홀로 앉아 창 밖을 구경하셨다. 20분 쯤 지나고 내릴 때가 되자 할머니가 할아버지 옆으로 다시 와서 앉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5년 전부터 여행을 항상 혼자 했다. 여행지에서 친구를 잠깐 만날 때도 있었지만,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이 편했고 내 페이스로 천천히 보고 경험하는 것이 좋았다. 노부부를 보며 함께 경험을 나누는 동시에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소중히하는 여행 파트너가 있다면 멋지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후 2:00

브로드웨이 마켓은 동네 주민들이 방문해 올리브나 베이커리, 팟타이같은 이국의 음식들을 사먹는 분위기이고, 규모는 작지만 개성있는 빈티지, 핸드메이드 제품, 레코드 매장도 곳곳에 보였다. 상인들마다 미소를 머금고 제품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 Broadway Market (브로드웨이 마켓)
주소 : Broadway Market, London E8 4QJ
운영시간 : 토요일/ 9:00~17:00
홈페이지 : http://broadwaymarket.co.uk/

오후 03:00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해크니 시티 농장(Hackney City Farm)에 가보기로 했다. 이 곳에서는 농장에서 키우는 염소, 양, 당나귀를 볼 수 있다. 장소에 도착하니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서울에서만 오래 생활한 나도 10살 남짓한 꼬마아이들과 함께 신기한 눈으로 동물들을 관찰했다. 덩치가 큰 동물들이 살기에는 좁은 듯한 공간이었고, 그래서인지 당나귀 Larry와 조랑말 Hazel은 조금 침울해보였다. 농장 안에는 유기농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과 마켓, 텃밭 정원도 위치하고 있다.

+ Hackney City Farm (해크니 시티 농장)
주소 : 1a Goldsmiths Row, London E2 8QA
운영시간 : 화-일요일/ 10:00~ 16:30
홈페이지 : http://hackneycityfarm.co.uk

오후 4:00

해크니 농장 거리 앞에 ‘A Portuguese Love Affair’라는 예쁜 포르투갈 카페가 보였다. 3월에 리스본에서 지냈기 때문에, 카페에 가지런히 놓여진 통통하고 노란 에그타르트가 반가웠다. 주인은 포르투갈 사람이었는데, 포르투갈인 특유의 소탈함과 친근함이 사람들을 미소짓게 했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할까 하다가 골목 사이에 위치한 아담한 공원을 발견했다.

날씨가 맑았고, 공원의 벤치 위에서 새들이 정겹게 노래를 불렀다. 공원에는 축구공을 차는 아이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연신 웃음을 터트리던 커플, 졸음에 겨운 개를 옆에 두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두 중년의 아저씨가 있었다. 그 풍경을 마음에 담고 싶어, 오랫동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오후 4:40

해크니(Hackney) 동네를 더 둘러보고 싶어, 20분 정도 떨어진 빅토리아 파크를 목적지로 길을 걸었다. 해크니는 과거 가난한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우범지역이었으나, 예술가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이스트런던으로 이주하고 다문화적인 매력이 결합하며 현재 런던에서 핫한 문화예술 동네로 자리잡았다.

골목 곳곳에 그래피티와 포스터, 특색있는 소상점들이 모여있고 젊고 개성있는 힙스터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 젠트리피케이션: 지역 환경이 개선되고 주거비용이 오르면서 기존에 거주했던 저소득 가구가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 해크니 구에서도 지난 10년동안 사람들이 모이고 유명해져 젠트리피케이션의 조짐이 보였으나, 해크니 개발 협동 조합 등 자치 커뮤니티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부동산 업체와 싸우며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관련 내용 링크)

오후 5:00

빅토리아 공원으로 걸어가던 중 공원 아래 위치한 운하(Hertford Union Canal)를 발견했다. 운하로 내려가자 울창한 나무와 형형색색의 꽃들이 물결 위로 춤을 추고, 그 뒤 집 마당에는 신문을 펼쳐들고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노신사들이 보였다. 이렇게 한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있다니… 첫 눈에 마음이 빼앗겼고 2시간동안 운하를 걷고 또 걸었다.

강물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흥미로웠다. 비밀스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법한 폐허 건물들이 보이고, 작은 초록색 보에 보금자리를 만든 사람들도 보인다. 길을 더 걷다보면 럭셔리한 펜션 아파트들이 나오는데,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1층에서 파티를 열고, 베란다에 앉아 담배를 피거나 맥주를 마시고 있다. 운하 옆에 산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부동산 가격이 궁금했지만, 잔잔한 마음에 파동을 일으킬 것 같아 검색해보지 않았다..ㅋㅋ

+ 운하 예찬에 놓쳐버린 빅토리아 공원 이야기를 적어보면… 지난 주에 방문한 하이드파크와 비교해 더 편안하고 꾸밈없는 공원이다. 동네 사람들이 편한 복장으로 놀러와 돗자리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원 서쪽에는 오리와 백조를 보며 커피나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Pavillion Cafe가 있다.

오후 8:00

동네를 떠나는 것이 아쉬워 이리저리 거리를 배회하다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해크니에는 오래된 창고를 개조한 카페와 캐쥬얼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맥주 브루어리 등 다채로운 매력의 공간들이 골목 곳곳에 숨어있다.

해크니 지하철역은 오렌지과 남색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 인상적이다. 일상 속의 아름다운 디자인은 기분 좋은 휴식이자 즐거움이다. 이스트 런던을 떠나며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금 떠올렸다. 한적하고 조용한 공간, 개성있는 거리와 작은 가게들, 맑은 날씨, 소탈한 미소, 깊이있는 대화, 일상의 변주, 다양성.

후훗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누린 사치스러운(?) 토요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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