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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의 매력 – 둘째주

스톡홀름을 알아가기에 한 달은 너무 짧다.

1.

지난 2주 동안 스톡홀름 날씨가 매우 좋았다. 따스한 햇빛 아래 도시의 명암 대비가 선명하고, 파스텔 톤의 건물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스웨덴 사람들은 볕이 잘 드는 테라스에 앉아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거리를 천천히 걷기만 해도 행복이 피부 곳곳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북유럽의 겨울은 길고, 우울하기로 유명하다. 10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해가 나지 않아 아침부터 어두운 날씨가 이어진다. 4~5개월동안 햇빛을 받지 못한다니…. 구글을 조금만 검색해도 ‘스톡홀름에서 겨울나기 10계명’ 등 스웨덴 사람들의 자조 섞인 포스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점이라곤 찾을 수 없는 화창한 스톡홀름만 경험한 나는 겨울의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맑은 날씨에도 집에만 있는 내 성격을 비추어 볼때 여기서 겨울을 지낸다면 말 그대로 겨울잠을 자는 북극곰이 될 수도… 도시든 사람이든 4계절을 모두 겪어봐야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

☞ 스톡홀름에서 겨울을 나는 법은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과 여러모로 유사하다- 비타민D를 챙겨먹고, 꾸준한 운동을 하며, 의식적으로 외부 활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밖이 어둡고 추울수록 집이 아늑하고 편안한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톡홀름을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조명 등 홈 인테리어 산업이 크게 발달했다..

2.

어디서 일을 할까 고민했다. 숙소의 방이 넓고 책상도 있어 편안하긴 하지만, 평일에도 도시를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도서관을 검색해보니 리스트 맨 위에 ‘스웨덴 왕립도서관’이 나왔다. 왕립도서관을 매일 다닌다는 마음으로 한 달 교통권도 끊고, 도시락도 싸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40분을 걸어 도착한 왕립도서관은 질투심에 사로잡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런 멋진 공간이 공공도서관이라니… 북유럽 사람들의 미적 취향이 뛰어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스웨덴 왕립 도서관

왕립도서관을 2일 정도 통학하자 다른 거리를 걸어보고 싶었다. 스톡홀름은 걷고 싶은 도시이다. 거리 사이에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예상치못한 도시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알록달록한 꽃과 정성스럽게 조각된 묘비가 놓여있는 공공묘지와 독특한 건축 양식의 건물과 분수대 등 스톡홀름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갈수록 호기심이 일었다. 여기서는 매일 다른 동네를 걷고, 그 동네의 도서관과 카페에서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스톡홀름의 공공 묘지Fatbursparken. 스톡홀름 여름에는 해가 길어 밤 10시에도 환하다

3.

스톡홀름에서 일하는 한국인 디자이너 Jin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우연히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내 친구의 회사 선배였다. 레스토랑에서 만나자마자 여러 주제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톡홀름에 사는 것은 어떤지, 업무 환경은 좋은지, 한국과 비교해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등 5시간 내내 쉬지않고 오랜 친구처럼 수다를 떨었다. Jin의 이야기만 들어도 그가 스톡홀름에 1년간 일하며 겪은 고생, 배움, 보람이 생생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4.

목요일에 호스트 토베와 2시간 하이킹을 했다. 토베는 호스트라기보다 때론 자상한 엄마처럼, 때론 절친한 룸메이트처럼 느껴진다. 밤 늦게 들어갈때면 안부 차 메시지를 보내주고, 밤마다 거실에서 만나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한다. 토베는 20살 남짓의 나이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 저번주에 토베의 어머니도 만났는데 그녀와도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데 나이나 국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데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하이킹을 함께한 토베

5.

스톡홀름을 떠나는 비행기 날짜를 미룰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아직 2주나 남았는데, 떠나는 날이 코 앞에 온 것처럼 슬퍼진다. 토베와 토베의 집, Ormingeringen 동네, 스톡홀름에 정이 많이 들었고, 아직 궁금한 것도 보고 싶은 것도 산더미다. 왜 비행기 표를 일찍 끊었을까? 스톡홀름을 알아가기에 한 달은 너무 짧다.

골목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스톡홀름

 

4 Comments

  1. 큰 관심이 없던 나라였는데 비행기표를 변경 할 생각을 하신다는 글에 조금 호기심이 생겨요~
    여행은 날씨가 많은 영향을 준다는 글에 공감하구요~

    1. 안녕하세요 엠마님 반갑습니다.
      제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방을 도난당해 한동안 정신이 없어 답장이 늦었네요
      스톡홀름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도시였습니다. 나중에 꼭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 만약에 다음에 유럽으로 여행을 간다면 스페인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이 글을보고 북유럽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엄청 많이 드네요 !!

    1. 안녕하세요 예린님 반갑습니다.
      저도 스페인은 가보지 못했지만, 북유럽은 다른 유럽 도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페인도 방문하고, 스웨덴도 방문해보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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