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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전시

고등학교 친구 임다가 스톡홀름을 방문했다.


1.
임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떠나 현재 네덜란드 로체르담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데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임다의 스튜디오와 작업물 이야기를 하며, 개인의 직업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웹디자이너야” “나는 디지털 마케터야” “나는 앱개발자야” 등 직업을 말하는 순간, 개인을 규정하는 틀이 생긴다. 어릴 때는 사회에 나를 떳떳하게 보여주는 타이틀을 원했다. 내가 속한 조직과 직업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설명하고 싶었다. 나이가 들고 시야가 넓어지며 그 틀이 갑갑하게 느껴졌고, 내 안의 다른 가능성들을 탐색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한솔이는 웹을 만들어’ 가 아니라 ‘한솔이는 이것저것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해’ 라고 보아주길 원한다. 어떤 직업이나 타이틀을 갖기 보다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해나가는 사람이고 싶다.

2.

스톡홀름에는 좋은 갤러리가 많다. 이 곳의 갤러리는 도시의 풍경을 닮아 꾸밈과 장식을 최소화하고 작품의 메시지 전달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1- Mordera Museet – Gilbert & George (길버트앤조지 – 위대한 전시)

우리는 시각적인 언어들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갑니다. 우리는 동시대의 모습을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형식(form)를 원합니다. 예술의 재료는 작품의 목적과 의미를 만드는데 필요한 부차적인 수단입니다. 작품을 만드는 것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예술 자체를 경탄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Gilbert & George

We invented and we are constantly develeping our own visual language. We want the most accessible modern form with which to create the most modern speaking visual pictures of our time. The art-material must be subservient to the meaning and purpose of the picture. Our reason for making pictures is to change people and not to congratulate them on being how they are

2. Fotografiska – Alison Jackson (앨리슨 잭슨 – 진실은 죽었다)

진실은 죽었어요. 우리에게 보여지는 어떤 것도 믿을 수 없죠. 모든 것은 조작될 수 있고 어떤 것도 진실되지 않아요. 이런 생각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인지하는데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저는 이런 이슈들에 주목하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작품에 유머와 셀레브리티의 사생활을 훔쳐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담았죠.

유명인들은 현대사회의 성인이예요. 그들은 과거에 종교가 했던 역할을 수행하며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어요. 오늘날 사람들은 교회에 가는 것보다 가십 잡지나 뉴스를 더 많이 읽어요. 모든 연예인과 왕족들은 특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잖아요. 킴카다시안은 성형수술의 홍보대사고, 트럼프는 새로운 황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엘리자베스 여황은 위엄있는 군주고 다이애나 왕비는 우아하고 독립적인 여성이예요. 이 복잡한 세상에서 셀러브리티들은 우리에게 어떤 기준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이런 오락들이 우리를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나요?

앨리슨 잭슨

“The truth is dead. Nothing that we’re shown can be trusted, everything can be faked and nothing is authentic. What does this knowledge do to us? What does it do to our outlook and how we perceive each other? I want to highlight these issues. And to do that I use humour and the human desire to, in moderation, get a peek behind the public images of the celebrities we assign such great symbolic value,”

“Celebrities are modern days saints – they take the role previously filled by religion and act as icons for us to worship. Today, more people read gossip magazines than go to church, and every celebrity or royal has a set attribute: Kim Kardashian is a flag flyer for body modification; Donald Trump is wearing the emperor’s new clothes; Queen Elisabeth is a dignified matriarch and Princess Diana was a glamourous independent woman (or “hysteric” from some perspective). They give us a point of reference in a confused world, but do these diversions really help us to develop our best selves?”

3. NationalMuseum – Finn Yuhl (핀율)

우리에게는 두 가지의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과거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복제와 공상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혹은 과거 정신의 위대함을 이해하고 동시대에 맞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지요. Finn Yuhl

There are two ways to go. Either to continue conciously or unconsciously misunderstanding the idea of the past and go on copying and daydreaming, Or to understand the greatness and the idea of the past and create something that is just as appropriate for our time’s conditions

3.

스톡홀름을 떠나기 하루 전, 에어비엔비 호스트 토베와 그녀의 딸 애바와 같이 저녁을 먹었다. 토베의 제안으로 아시안 마켓에 가서 재료를 사서 만두국과 김치볶음밥을 요리했다. 내가 요리하겠다며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만두국과 김치볶음밥조차 만들어본 적이 없는 나는 여러모로 허둥대고 토베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애바는 16살 고등학생이다. 가끔 애바의 남자친구가 집에 방문해 자고 가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문화 충격을 받았다. 토베에게 이성 관계에 대해 서스름 없이 말하는 애바 앞에서 나는 16살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돌아보았다.

스웨덴의 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톡홀름은 배울 점이 많은 선진국이지만, 한국과 비슷한 문제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1년 전 미투 운동으로 다수의 정치인, 연예인들이 고발되었으며, 임금이나 육아에 여전히 남녀차별이 존재한다. 인스타그램 등 SNS가 발달하며 개개인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우울증으로 상담받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경제가 불안정하자, 극우파 정당이 스웨덴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득세하고 있다.

저녁을 먹으며 스톡홀름에서의 시간을 돌아보았다. 지난 한 달동안 도시의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물에 여러번 감탄했고, 토베를 포함해 사람들의 친절과 따뜻함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여기서 지내며 좋은 도시를 만드는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도시란 무엇이고, 그런 도시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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