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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와 파마약

중고 맥북을 주문하고 집으로 힘없게 걸어가던 중 어깨에 무언가가 툭하고 떨어졌다.


1. 일요일 저녁, 친구 집에서 온라인으로 중고 맥북을 주문하고 집으로 힘없게 걸어가던 중 어깨에 무언가가 툭하고 떨어졌다.

2. 남미 여행을 검색하면 새똥 테러(?)를 조심하라는 글이 많이 나온다. 소매치기들이 팀을 이루어 한 명은 새똥 냄새가 나는 파마약을 여행객에게 뿌린다. 다른 팀원이 친절한 행인인 척 손수건이나 휴지를 주며 여행객에게 다가간다. 여행객이 가방을 내리고 옷을 닦는 동안 또 다른 팀원이 핸드폰이나 가방을 훔쳐 달아난다는 것이다.

3. 이 이야기를 읽은 나는 새똥(혹은 파마약)이 어깨에 떨어지자마자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앞으로 도망치듯 달렸다. 내 옆에 걷던 할아버지도 새똥을 맞아 휴지 뭉치를 꺼내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분이 소매치기 였는지 운나쁜 행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코를 찌르는 불쾌한 냄새가 머리와 어깨, 가방끈에 진동했고 큰 거리로 나오자 사람들이 내 물건을 훔치고자 호시탐탐 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4.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싫어하고자 하면 많은 단점을 열거할 수 있다. 우선 자동차가 너무 많아서 거리에 매연과 소음이 가득하다. 대중교통은 끔직하게 낙후되었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많다. 예를 들어 정류장에서 버스를 손짓으로 세워야하고, 탑승 시 목적지를 버스 기사에게 말해야한다. 어두컴컴한 버스 안에는 내리는 정류장을 알려주는 알림이나 표시가 없어 구글 맵을 계속 경로를 체크해야 한다. 스톡홀름의 아름답고 쾌적한 대중교통에 익숙해진 나는 이 곳의 지하철과 버스가 창살로 엉성하게 조립된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도로가 넓고 자동차 도로가 좁았던 유럽 도시들과 달리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도보가 좁고 넓은 자동차 도로가 어디든 위치해있다.

감옥같은 구조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버스. 사진의 버스는 비교적 신형이고 더 어둡고 낡은 버스들이 도시에 가득하다.

5. 물론 도시의 장점도 많다. 거리를 감싸는 키다리 가로수들과 그 안으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 길을 따라 세워진 고풍스러운 주택들은 유럽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도시의 아우라를 만든다. 농업 중심 국가로 신선한 야채와 과일, 소고기가 깜짝 놀랄 정도로 저렴하고, 달짝지근하고 깊은 풍미의 아르헨티나 와인들이 매대에 가득하다. 도시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친근하고 따뜻하며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골목마다 위치하고 있는 과일가게

아르헨티나 와인 한 병과 아래 과일을 모두 합쳐 13500원을 지불했다

6. 새똥을 맞은 옷과 가방을 세척하고, 냄새를 없애고자 몇 방울 남아있던 향수도 뿌리니 기분이 나아졌다. 요 며칠 가방을 잃어버리고 침울했으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정착(?)하는 과정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언어를 모르는 이방인에게 조건없는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이기적이던 내 과거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7. 내가 맞은 것은 진짜 새똥이었을까 아니면 소매치기를 위한 파마약이었을까. 내 맥북을 공항에서 가져간 사람은 승객일까 아니면 전문 털이범일까. 유럽에서 해보지 않은 생각들이 남미에서 뭉게뭉게 피어나고… 이런 것이 여행의 매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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