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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 산다는 것 | 도시의 풍경

칠레(혹은 모든 남미 국가)에서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면 여러모로 불편함이 많다

1- 영어가 통하지 않는 세계

칠레(혹은 모든 남미 국가)에서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면 여러모로 불편함이 많다. 대다수의 칠레 사람들은 영어를 하지 못하고, 국립 미술관 등 주요 관광지에 가도 영어 안내나 설명이 없다. 스페인어는 전세계 21개국 4억 5200만명의 인구가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어로, 중국어 다음으로 많은 숫자이다. 이처럼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는 파워풀한 언어이다보니, 스페인어권 국가 사람들의 영어에 대한 관심은 타 국가에 비해 낮다.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의 경우, 제 2 외국어로 스페인어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아 여행에서는 스페인어를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내가 스페인어를 알아듣지 못할 때마다 가게나 레스토랑에서 ‘스페인어를 모른단 말야?’ 라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는 것은 은근 스트레스이다. 기본 스페인어를 익히고 가도, 레스토랑이나 가게에서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야만 메뉴를 이해하고 주문을 할 수 있다.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국가에 지내다보면, 음식을 주문하거나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등의 간단한 행위가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해야 하는 ‘일’이 되고야만다.

포스트잇 내용이 궁금했던 현대미술관 MAC 전시- 위 문장을 번역하면 ‘신체에 대한 어떤 생각이 강요/꾸밈 되어왔다고 생각하나요?’

2 – 낡은 공공시설과 대중교통

스웨덴 스톡홀름이나 포르투갈 리스본에 지낼 때는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여기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반면, 남미 국가에서는 이 도시에서 지내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칠레는 부유한 동네(La Condes, Bella Artes, Providensia, Vitacura 등) 에 가면 유럽 선진국 못지않게 멋진 건물과 깨끗한 거리, 세련된 가게들이 즐비한데, 그 외 대다수의 동네는 거리와 건물, 대중교통이 낡고 시설이 열악하다.

expat 들이 많이 거주하는 La Condes 풍경. 여의도 혹은 잠실과 분위기가 유사하다.

산티아고의 가로수길 Bellas Artes

 


 

산티아고의 일반적인 거리와 가게 모습

산티아고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탈 때마다, 바닥에 놓여진 쓰레기와 창문의 낙서에 눈이 가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게 된다.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직 구축이 안되어서 그런지,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탈 경우 30-40분 정도 탑승 가능한 지하철을 기다려야 한다.

칠레 버스 구조. 유리창에는 스프레이 낙서가 가득하다.

러쉬아워의 지하철역 풍경. 전동차를 타기 까지 5~6대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여전히 부유한 동네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산티아고 지역은 치안이 좋지 않다. 빈부 격차가 크다는 것, 정부가 공공을 위한 시설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공정하게 느껴진다.

3- 도시의 모습, 미래의 모습

산티아고의 지하철을 탈 때면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역 주변과 안에 초콜릿이나 과자 혹은 낡은 옷가지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처럼 역 내 편의점이나 로드숍, 커피숍 형태가 아니라 개인이 돗자리를 펴놓고 스니커즈나 자일리톨 등 상품 1~2 종류를 소규모로 판매한다. 저렇게 물건을 판매해서 과연 남는게 싶을까 걱정이 되는데,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웃음기 넘친다.
지하철 역안에서 스니커즈를 파는 청년과 아이. 내 고프로를 보자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해주었다.


역 주변에서 양말 또는 옷을 판매하는 사람들

두번째는, 사람들이 교통카드를 충전할 때 지하철 역 창구에 줄을 서고 직원들이 카드를 충전해준다. 카드 충전 기계가 1~2대 정도로 적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역직원에게 카드 충전을 부탁한다. 카드 충전은 현금만 가능하기 때문에, 역 안에는 꼭 ATM이 위치하고 있다.

서울에서 오래 생활한 나는 매번 지하철역에서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일을 사람이 해야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의 사람들은 현재의 많은 직업들을 바라볼 때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일 또한 미래의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일을 왜 사람이 해야하는거지’ 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미 강남의 한 카페에서는 로봇 바리스타가 시범적으로 도입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산업화, 기계화가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기계의 발전과 산업 구조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변화한다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 도시, 직업군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칠레에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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