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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여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분노와 미움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해 1달에 1번 총 12번 사는 도시를 옮기는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5월까지 유럽 5개 도시에서 각각 한 달씩 지내고, 6월 남미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동한 첫 날, 가방을 도난 당했다.

가방 안에는 다음과 같은 물품이 있었다.

맥북 15인치 / 갤럭시 탭 / 한국 KT 심카드 / 100달러와 낡은 지갑 / 은행, 증권용 보안카드 / 애플 이어폰 / 마이크 / 펭귄 북스 책 2권 / 스톡홀름 공항에서 산 젤리 2봉지

​상실감에 빠져 우울한 며칠을 보낸 뒤, 당장 눈 앞에 닥친 일을 해야한다는 위기감이 왔다. 나는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개발자로 도시를 옮기며 외주 작업 및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중고 맥북을 구매했다. 새 것처럼 보이는 13년형 맥북을 70만원에 구매했지만, HDD를 탑재해서 그런지 대다수 프로그램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애플스토어에서 25만원을 주고 SSD로 교체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대다수의 전자제품이 한국의 2배 가격이다. 중고 맥북도, SSD도 한국보다 비싼 가격으로 구매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구매한 중고맥북. OS 및 프로그램 설치 및 인증하느라 보낸 시간들…

노트북도 생기고, 성능도 좋아지고 모든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갈거라 생각했지만… 그 때부터 나의 시련은 시작되었다

(1) 국내 또는 해외 기관에 전화를 해야할 때-

첫번째 문제는 아마존 웹사이트의 재인증 문제였다. 나는 4년 전부터 아마존과 이베이에 소규모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 나와서도 계속 운영하며 가족에게 배송 도움을 받았다. 주문을 확인하고자 아마존 사이트에 접속하니, 노트북 IP가 바뀌어 휴대폰 재인증이 필요하다.

kt 유심칩도 잊어버렸는데.. 재인증이 될리가.. 아마존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야한다.

지금까지 국내 통화는 카카오톡이나 왓츠앱으로 무료로 진행했지만, 아마존 고객센터에 통화하기 위해서는 해외 통화료가 청구되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용하던 personal 심카드로 미국에 전화를 걸자 10분 통화에 3000원이 청구되었다. 아마존 셀러임을 인증하기 위해서 10분동안 이름 및 주소, 주문 번호를 말하고나면 3000원이 사라지고, 데이터 연결 상태도 좋지 않아 도중에 통화가 끊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5번을 통화하고, 약 2만원을 허공에 날리자 다른 방법으로 해외에 통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색한 결과, 남미에서 해외 통화를 하는 저렴한 방법은 스카이프를 이용하는 것이다. 스카이프 이용 시, 한국과 미국 은 분당 26원이 청구된다. 10분이면 260원으로 기존에 personal 통화보다 10배 이상 저렴하다.

스카이프 통화 이용하기: https://skype.daesung.com/purchase/purchaseMain.asp

상대적으로 낮은 통화료로 아마존 고객센터와 40~60분 을 2번 정도 통화하자 인증 문제가 해결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주문 확인 및 배송이 늦어졌고, 몇몇 고객들은 화가 나서 주문을 취소했다.

 

(2) OTP 배터리 소모 및 공인인증서 발급

중고로 산 노트북으로 수업과 외주 작업을 마무리하고 칠레 산티아고로 넘어와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노트북이 바뀌어 공인인증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 공인인증서 발급 마지막 단계에 오자 OTP 번호가 필요했다. OTP를 꺼내어 숫자를 확인하자, 무언가 이상했다.

OTP 배터리가 모두 소모된 것이다 (?!!)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스카이프로 우리은행에 전화했다. 숙소 와이파이가 불안정해 개인정보 인증 과정에서 자꾸 통화가 끊기거나 오류가 났다. 3번 정도 시도 끝에 상담원과 연결이 되었다


상담원: 해외에서 OTP 배터리 소모 시, 국내에 있는 대리인이 은행에 오셔서 보안카드와 OTP를 재발급하셔야 하세요.
나: 그렇군요. 한국에 있는 제 동생이 은행에 가서 재발급 받을 수 있을까요?
상담원: 대리인이 신청하기 위해서는 절차가 몇가지 있는데….

해외에서 대리인을 통해 OTP를 재발급받고자 할 경우 필요한 서류는 3가지이다.


(1) 전자금융이용신청서 – 우리은행 사이트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2) 여권 사본 – 가지고 있는 여권을 문방구 또는 프린트 가게에 가서 복사한다.
(3) 대사관 영사확인위임장 – 칠레 산티아고에 위치한 한국 대사관에 가서 위임장을 받는다.

위의 서류를 준비해 칠레 우체국에 방문해 한국으로 서류를 보낸다. 우편 가격은 7000원 정도이고, 1~2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며칠에 걸쳐 서류를 준비하고, 수강생과 클라이언트에게 세금계산서 발행을 2주 정도 미루었다. (물론 임금 지급도 미루어졌다)


+ Tip
해외에서 OTP 이용 시, 배터리가 모두 소모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안카드도 꼭 발급받고 챙겨가는 것이 좋다.

서울에서 오래 생활한 나는 매번 지하철역에서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일을 사람이 해야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의 사람들은 현재의 많은 직업들을 바라볼 때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일 또한 미래의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일을 왜 사람이 해야하는거지’ 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미 강남의 한 카페에서는 로봇 바리스타가 시범적으로 도입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산업화, 기계화가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기계의 발전과 산업 구조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변화한다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 도시, 직업군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칠레에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3) 카카오뱅크 어플리케이션 초기화

장기 여행 또는 해외 거주 시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보안카드 또는 OTP 없이 돈을 송금할 수 있고, 해외 이체 또는 Western Union을 통한 환전도 5000~6000원의 저렴한 수수료로 진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는 여행 자금 및 소득을 모두 카카오뱅크에 모아두었다.

며칠 전, 카드값 정산일이 다가와 카카오뱅크에서 일부 금액을 출금하려고 하자 갑자기 어플이 초기화되어 휴대폰 인증이 필요했다. 한국 유심칩 없어도 6개월동안 문제없이 사용했는데… 갑자기 인증을 하라니…

스카이프로 카카오뱅크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 해외에서 카카오뱅크 앱을 이용하실 수 없을 시, 예금된 금액을 다른 계좌로 긴급 이체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나: (기뻐하며) 오 그렇게 해주세요.

상담원: 긴급 이체 과정은 모두 ARS로 진행되니, 내용을 잘 듣고 필요한 정보를 입력 바랍니다.

ARS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숙소 인터넷이 불안정해 3~4번이 중간에 끊겼다. 2시간동안 참을 인을 되새기며 모든 과정이 끝났다고 환호할 때

마지막으로 금액 이체를 위해서는 OTP 번호를 입력하라는 지시가 나왔다….. (카뱅은 OTP 입력이 없는게 강점 아닌가?ㅠ)​

 

+ Tip

카카오뱅크를 해외에서도 문제없이 이용하고 싶다면, 통신사 로밍을 해서 한국 휴대번호를 활성화한다. 로밍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유심칩만 가지고, 필요할 때만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카카오뱅크가 갑자기 초기화되는 이유는 OS 또는 앱 자동 업데이트가 원인으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싶다면 핸드폰에서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모두 비활성화한다.

​​

(4) 해피엔딩..?

금일(26일) 칠레에서 보낸 서류가 서울에 있는 동생에게 도착했다. 동생은 서류와 가족증명서를 가지고 우리은행에서 OTP와 보안카드릏 재발급 받았다. 다행히 KT에서도 심카드를 재발급 받을 수 있었다 ( KT 재발급 과정에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지면이 길어지므로 생략한다.. )

​동생과 부모님은 7월 28일 여름 휴가차 내가 다음달을 머물 멕시코 시티를 방문할 예정이다. 심카드와 OTP를 전달받아 이용할 수 있다면, 이전의 문제들은 해결될 것이다.

​이제는 담담하게 적을 수 있지만, 위의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서울에서는 휴대폰 인증만 하면, 은행만 가면, 통화 한 번만 하면 해결될 일들이 여기서는 몇 시간, 며칠이 걸리는 것이 화가 나고 분했다. 숙소 와이파이가 약해서 어렵게 연결된 통화가 끊어질 때면, 숙소 뿐 아니라 산티아고 도시 전체가 미웠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분노와 미움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결책을 찾아보고, 홀로 해결이 어려울 경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최선이다. 가방 도난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제일 좋았겠지만…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나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해외 거주에 필요한 마음가짐과 지식들을 배웠다. 으- 장기여행은 쉽지 않다.

근 몇 주간의 나의 표정을 닮은 멧돼지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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