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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 한달살기 비용 총 정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6월 5일부터 7월 4일까지 30일동안 지내며 사용한 비용을 카테고리 별로 정리해 보았다.

올해 [1년 12개 도시] 한달 살기 여행을 시작하며, 개인적인 목표들이 몇 개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매달 다른 도시에서 사용한 비용을 카테고리 별로 정리해 유투브와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었다. 비용을 정리하며 도시의 생활 구조를 파악하고, 내 소비 습관도 돌아보자는 취지였다.

1~5월까지 유럽 도시에 지낼 때까지는 꾸준히 영상과 블로그를 올렸다.

​1월 10일 – 2월 6일 (26일) : 독일 베를린
2월 6일 – 3월 6일 (31일) : 헝가리 부다페스트
3월 6일 – 4월 9일 (34일) : 포르투갈 리스본
4월 9일 – 5월 7일 (28일) : 영국 런던
5월 7일 – 6월 4일 (28일) : 스웨덴 스톡홀름
1월 ~ 5월 : 5개월 유럽 5개 도시 한달살기 비용 총 정리

유럽에서의 여행을 정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남미 도시로 떠나는 첫 날,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에서 가방을 도난 당했다… 가방 안에는 (최신형) 맥북과 태블릿, 현금이 들어있었다. 그 이후로 블로그나 영상 기록 등은 후순위로 밀리고, 일을 수습하는데 1~2달의 시간이 지나갔다.

만약 부에노스 아이레스(이하 BA)에서 가방을 도난당하지 않았더라면, 도시의 저렴한 물가와 맛있는 음식, 쾌적한 숙소를 즐기며 잘 지냈을 것 같다. 하지만 사건 이후, 경찰서도 여러번 방문하고 로컬 사람들과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르헨티나의 경제, 정치 상황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BA에서 사용한 비용 뿐 아니라, 한 달동안 지내며 마주한 도시의 경제/정치 상황과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한 달 살기 총 비용: 약 133만원 (49,399 ARS)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30일(06.05~07.04)동안 사용한 총 비용은 약 133만원이다. 매일 사용한 비용은 맥용 Debit & Credit 프로그램에 기록했다. (물론 여기에는 가방을 도난당하며 손해 본 금액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올해 한 달을 지낸 12개의 도시 중 가장 적은 비용을 사용했다. BA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방을 도난당한 후 상심에 빠져 여행과 문화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충격적인 건 아르헨티나 페소(ARS)의 환율 변화이다. 내가 도시에 머물렀던 6월만 해도 페소:원 환율이 1페소에 26~27원이었다. 그런데 8월 중순, 아르헨티나 대통령 예비 선거를 기점으로 하루만에 1페소 당 21~22원 수준으로 30% 가치가 하락했다. 지금 12월에는 19원 수준으로 당시보다 환율이 더 떨어졌다.

6월 당시 내가 한 달동안 사용한 금액인 49,293 ARS는 133만원이었으나, 현재 가치로 환산하며 95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1. 숙소 렌트: 약 55만원 ( 20,370 ARS)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Airbnb를 이용하지 않고, 로컬 친구 Paz의 오빠가 여행을 가 있을 동안 그의 집을 독채로 30일동안 렌트해서 사용했다. 부유한 동네 레꼴레타(Recoleta)에 위치한 깨끗하고 모던한 오피스텔이었다.

 


 

 

BA서 한 달 살기나 여행 숙소를 구할 때는 동네가 제일 중요하다. 동네 별로 분위기나 치안 상황이 크게 다르다. 레꼴레타, 팔레르모, 벨그라노 같이 부유한 동네들은 유럽 도시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깨끗하고 안전하며 서구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키큰 가로수가 길을 따라 놓여있다. 하지만 부유한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시설도 열악하고, 지저분한 동네들이 나온다. 이러한 동네들은 치안이 좋지 않기 때문에, 로컬들도 방문하기를 꺼리는 곳이다.

​+ 부에노스 아이레스 안전한 동네: Belgrano, Palermo, Recoleta, Coghlan, San Isidro, Martinez, Vicente Lopez 등
+ 부에노스 아이레스 우범 지역: Boulogne, Nuñez, Gonzalez Catan, Villa Maipu, San Martin 등

 

 

레꼴레따(Recoleta)

팔레르모 (Palermo)

벨그라노(Belgrano)

 

​에어비엔비 기준으로 안전한 동네에 괜찮은 독채를 예약하는 경우 월 70~80만원, 개인실은 월 40~50만원 정도 고려하면 된다. 재미있는 건 집을 빌려준 친구 오빠가 렌트비를 페소가 아닌 달러로 받길 원했다. 지난 10년동안 페소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자국 화폐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예금 금리가 40~50%를 넘어감에도 대다수의 로컬 사람들이 은행에 예금해두었던 페소를 인출해 달러나 금으로 바꾸고, 부동산 거래도 달러로만 진행한다.

​나는 렌트를 지불하기 위해 스톡홀름(5월 한달살기 도시)에서 달러를 인출했는데, 가방을 도난당하며 잃어버리고 아르헨티나에서 새로 달러를 구매해야 했다. 국가 내 달러 수요가 높아지면서, BA에서 달러를 구매하면 실제 환율보다 10~20% 정도 더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달러를 페소로 바꿀 경우 다른 도시보다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다.

​도시 내 ATM의 수수료도 1~2만원으로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에 방문한다면 필요한 달러를 준비해서 페소로 바꾸어 쓰는 것을 추천한다.
 
 
CAMBIO 매장을 이용하는 것이 다른 환전소보다 저렴하다.

 


 

2. 식비: 약 32만 5천원 (12,024 ARS)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소고기나 과일, 야채 등 식재료가 신선하고 저렴하다. 아르헨티나에는 사람보다 소가 많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소고기 레스토랑과 정육점이 도시 곳곳에 위치해있다 . 로컬들은 주로 아사도(Asado)라고 불리는 등심 부위를 먹는데, 정육점에서 구매 시 등심 500g을 5000~60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식문화는 유럽만큼 발달해서, 부유한 동네를 중심으로 고급스러운 식료품점, 와인샵들이 즐비하다. 이런 매장에 들어가도 아르헨티나 와인이 한 병에 평균 3000 ~ 4000원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만 원이면 집에서 질 좋은 소고기 스테이크와 와인을 마실 수 있다.

​과일가게의 경우, 같은 과일이라도 가게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여러 가게를 방문해보고 가격을 비교한 뒤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과일 가게에서는 현금만 지불이 가능하다.

 

아르헨티나 정육점 RES

레꼴레타의 고급스러운 식료품점

거리마다 쉽게 만날 수 있는 과일가게

 

외식비도 저렴한 편인데,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다고 할 때 팁 10%를 포함해 15,000 ~ 20,000원을 지불하면 된다. 대다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웨이터가 직접 음식을 서빙하는 형태로 되어있고, 이 경우 결제 시 팁을 10~15% 정도 지불해야 한다.

​나는 주로 소고기와 야채, 과일을 구매해 집에서 요리해 먹었고, 한 달동안 홀로 와인을 6병 마셨다(?) 도난 사건으로 인해 기분은 우울했지만 먹거리만은 풍요로운 한 달이었다..

 

BA의 웨이터 분들은 대다수 중년의 남성들인 점이 흥미로웠다.

 


 

3. 대중교통: 5만 7천원 (2,125 ARS)

교통비의 대다수는 우버를 이용한 비용이다. BA에 도착한 날과 떠나는 날 숙소에서 공항까지 우버를 이용했다. 각각 1시간 탑승에 2만원- 총 4만원을 지불했다. 그 외 3번 정도 우버를 더 이용했다.

​아르헨티나 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우버가 저렴한데, 10분 탑승에 2500원 정도 기본 요금이 청구된다. 여기도 서울처럼 우버가 100% 합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시 내에 이용 논란이 많다. 나처럼 외국인이고 스페인어가 능숙하지 않다면 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치안 상에 안전한 우버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교통카드 수베를 지하철역이나 키오스크(편의점)에서 600원 내고 구매한 뒤, 충전해서 사용하면 된다. 지하철은 1회 탑승 시 400~500원($16~17) / 버스는 300~400원($12~13)이다.

 

교통카드 및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 키오스크 (오른쪽)

 

버스와 지하철은 3~4번 밖에 이용하지 않았다. 서울의 쾌적한 대중교통에 익숙해진 나는 BA의 노후화된 대중교통 울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힘들었다. 버스와 지하철 내부가 어둡고 지저분할 뿐 아니라, 치안 문제 때문에 가방을 앞으로 매는 등 항상 긴장해야 한다. 게다가 운영 시스템이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다.

​꼭 버스 정거장에서 손을 흔들어 버스를 세워야 하고 탑승 시마다 목적지를 기사에게 구두로 말해야 한다. 나같은 외국인은 동네 지명도 익숙하지 않고 스페인어 발음도 어렵기 때문에 매번 구글 지도를 보여줘야 한다. 버스에는 내리는 정류장을 알려주는 표시가 없기 때문에, 구글 맵이나 외부 표지판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

그럼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다니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걷기 좋은 도시는 아니다. 첫번째로 거리에 자동차가 항상 많아 매연과 소음이 괴로울 정도로 심하다. 두번째로 거리를 걷다가 조금만 길을 잘못 들어도 우범 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

​BA 날씨는 사계절 내내 습도가 낮고 선선해서 걷기에 완벽한데… 자동차로 빼곡한 거리가 아쉬울 뿐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교통 체증

 


 

4. 핸드폰/데이터: 약 3만 3천원( 1210 ARS )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통신사는 크게 Claro, Movistar, Personal 이 있다. 이 중 하나의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서 유심칩을 사고, 데이터를 충전해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나는 Personal 매장에 방문했는데, 특이하게 서비스 가입 후 유심칩은 무료로 주고, 주변 키오크트에서 데이터 충전을 하라고 했다. 아르헨티나도 유럽처럼 12,000 ~ 15,000원 정도 지불하면, 월 2~5GB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

​나의 경우 가방을 도난당하고 국내와 해외 기관에 전화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Personal 플랜을 이용해 국제 통화를 했더니, 10분에 3000원씩 비용이 청구되어 돈을 몇 번 날렸다. 남미 또는 다른 국가에서 국제 통화를 할 경우 스카이프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키오스크에서 데이터 비용 500페소를 충전하기 위해 미리 적어간 노트

 


 

5. 쇼핑: 약 22만 2천원 ( 8223 ARS )

쇼핑 비용은 유럽에서 한 달을 지낸 어떤 도시보다 많이 사용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 구매한 물품을 살펴보면…

​(1) 가방을 도난당하며 잃어버린 마우스랑 마이크 재구매 (중고 맥북도 BA에서 구매했으나 이 비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2) 도난 사건 수사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전달한 감사 선물 4~5개
(3) 로션이나 샴푸, 린스 등 생필품
(4) 자질구레한 기념품,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

​아르헨티나는 농업 국가로 식료품이나 외식비는 저렴하지만, 공산품 가격은 서울보다 훨~씬 비싸다. 국가적으로 공업이 전혀 발달이 안되어 있는데 정부가 자국 보호 정책을 펴겠다며 해외 제품 수입을 금지하거나, 수입 시 관세를 40~50% 매긴다. 이 때문에 옷이나 생필품, 전자제품의 경우 로컬 제품은 품질이 낮아 구매할 것이 없고, 해외 제품을 사자니 서울의 1.5~2배 가격이다.

​맥북을 잃어버리고, 밀린 업무가 많아 BA에서 새 맥북을 구매하려고 했다. 그런데.. 서울에서 200만원하는 맥북이 여기서는 400만원인 것이 아닌가… (애플을 포함한 대다수 미국 제품에 관세가 100% 붙는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르헨티나 사람들도 멕시코나 미국에 방문해 애플 제품을 구매한다고 한다. 비행기 티켓 값이 관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공산품이 비싸서인지 BA에서는 중고거래 온라인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남미 최대 규모의 중고거래 마켓인 mercadolibre에서 중고맥북을 구매했다.



 

6. 카페/커피: 약 10만 7천원 ( 3,957 ARS )

내가 머물던 숙소 바로 앞에 브런치 가게가 있었는데, 분위기도 괜찮도 가격도 저렴해서 자주 방문해 일을 하거나 커피를 마셨다. 브런치는 10% 팁을 포함해서 6000원 정도, 커피는 2000 ~ 2500원 수준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서울이나 런던에서 볼 수 있는 힙하고 트렌디한 카페는 없지만, 역사가 오래된 고즈넉한 카페들이 많다. 그런 카페에 방문에 전통 베이커리인 엠파나다를 맛보는 걸은 추천한다.

 

숙소 앞 단골 카페였던 Tienda de Cafe


아르헨티나 전통 베이커리 엠파나다


 

7. 문화생활: 약 2만 7천원 ( 1016 ARS )

MALBA(The Buenos Aires Museum of Latin America) 전시 티켓 값 2000원을 지불하고, 나머지는 전자책을 구매해서 읽은 비용이다. 남미의 갤러리들은 큰 규모라 하더라도 대다수 영문 설명이 없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모르면 전시를 다양하게 즐기기 어렵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현대미술관 MALBA


 

8. 세탁: 약 9천원 ( 328 ARS )

숙소에 세탁기가 없어서 한 달동안 빨래를 딱 한 번 했다..(?) 주변 세탁소에 옷과 수건 세탁을 부탁했는데, 3kg 양에 9천원을 지불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한 달 살기를 마치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보낸 한 달은 여행이기보다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내 가방을 훔쳐간 도둑의 얼굴이 공항 CCTV에 잡히고, 맥북 위치가 icloud 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로컬 경찰들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나는 여러번 경찰서에 찾아갔고,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사건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 때마다 그들은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직접 icloud에 잡힌 장소를 방문해 도둑과 거래를 시도해볼까도 고민했지만 로컬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하루에도 2000건씩 강도 사건이 발생하는 곳이야. 너 혼자 움직이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야. 가방 찾겠다고 칼 맞을 수도 있어”

아르헨티나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며, 도시 내 빈곤율과 범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내가 도움을 요청한 한국대사관에서는 강도를 당하지 않고 도난에서 끝난 것이 다행이라며 혹시라도 강도를 만나면 저항하지 말고 원하는 물건은 모두 주라는 따뜻한 조언(?)을 주셨다. (당시에는 그 조언이 야속했지만, 충분히 일리있는 말이다. 1주 전에 영국 여행객이 아르헨티나의 한 고급 호텔 앞에서 강도에게 저항하다 총을 맞아 사망했다. )

​내가 경찰들의 부조리한 시스템과 무능력에 분노할 때마다 친구 Paz는 매번 같은 대답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경찰들은 원래 그런걸. 인정하고 잊어버려”

그녀는 아르헨티나 경제와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체념 섞인 비슷한 대답만을 반복했다. 그녀와 이야기할 때면 도시를 짓누르는 슬픔과 무력감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지낸 한 달동안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도시의 경제와 정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7월에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한 달을 지냈는데 산티아고에서 사용한 비용과 도시 이야기도 곧 블로그에 자세히 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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