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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한달살기 – 생활의 변화

베를린에 온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여기 지내며 몇 가지 생활의 변화가 생겼다.

 

신용카드

서울에서 신용카드를 쓸 때는 하루에 얼마를 쓰는지, 이번 달에 얼마를 썼는지 머리 속에 계산이 되지 않았다. 월말에 가서야 신용카드 내역을 확인했고, 매월 사용 금액만큼 할부값도 쌓여갔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고, 좀 가격이 나간다 싶으면 할부로 계산했다.

베를린에 와서 2주동안 현금만 사용했다. 해외 수수료를 고려한 것도 있지만, 베를린 대다수의 카페나 레스토랑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 하루 5유로(6500원) 또는 10유로 (13000원)를 가지고 나가, 장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고 돌아왔다. 현금을 쓰며 서울에서 얼마나 과소비를 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왜 서울에서 그토록 많은 것들을 구매한 것일까? 일상의 지루함을 소비로 해소하려 한 것일까? 베를린에 와서도 서울의 카드 할부값을 갚아야 하는 사실이 한심하면서 슬프기도 했다.

서울에 돌아가면 일상의 소비는 현금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영수증을 모으고, 내 소비 내역을 대면하고, 만져볼 것이다. 하루를 보내는데 많은 돈과 물건이 필요없다는 걸 여기와서야 배우고 있다.

 

온라인 배송/택배

서울은 온라인 배송과 택배가 빠르다. 오전에 이마트 앱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오후 3-4시면 집 앞에서 각종 식재료를 받아볼 수 있다. 요즘은 새벽 배송도 생겨서, 밤에 주문하고 잠들면 다음날 아침이면 물건이 도착해 있다. 나는 더이상 오프라인 매장에 가지 않았고, 모든 것을 온라인 어플을 통해 해결했다.

베를린에 와서 3-4일에 한번씩 장을 본다. 장바구니를 들고, 슈퍼마켓에 걸어가 물건들을 골라 계산대에 줄을 선다. 이 과정에서 내가 먹고 사용할 것을 선택하고 구매한다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온라인 배송이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삶을 얼마나 단조롭게 만들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클릭 한번으로 물건이 집 앞에 배송되는 세상은 과연 더 행복한 것일까? 일상의 모든 일들이 온라인 주문과 배송으로 해결될 때, 우리는 무엇에서 삶의 질감을 느낄 수 있을까.

 

택시

베를린의 대중교통(지하철/버스) 비용은 2.8유로 정도로 원화로 3600원 정도 된다. 서울이 1300원 정도인 것을 고려할 때 교통비는 서울의 3배에 다다른다. 하지만 지난 2주동안 쓴 교통비를 돌아보면 서울의 1/10도 안 될 것이다.

동네 밖을 벗어나지 않은 이유도 크지만, 무엇보다 택시를 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가까운 거리도 택시를 이용했고, 조금만 피곤해져도 택시를 찾곤 했다.

왜 그토록 편리함을 쫓았던 것일까. 신용카드를 쓰고, 온라인 배송을 하고, 택시를 타고. 더 빠르고 편리해진 일상에서 나는 무엇을 얻고 있었을까. 여기 와서 자주 이 질문을 떠올렸다.

 

무제한 스마트폰 데이터

서울에서는 무제한 스마트폰 데이터를 사용했다. 길에서 스트리밍 음악을 들었고, 동영상을 보았다. 항상 네트워크가 연결된 상태였고, 언제 어디서든 뉴스와 정보에 접근 가능했다.

​여기서는 데이터를 충전해서 사용해야 한다. 제한된 데이터만 제공되고, 대다수의 공공장소나 카페에서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와이파이가 없는 공간에서는 SNS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활성화 시켜두었다. ​불편할 때도 있지만, 일상이 한층 가벼워진 느낌이다. 항상 외부의 정보와 이야기에 연결된 삶을 산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나의 생각, 감정을 온건히 바라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서울에 돌아가서도 외부에서 SNS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활성화 해두는 것은 어떨까.

+ 최근 알게 된 사실: 아껴 쓴 내 데이터가 그토록 빠르게 소진된 이유는 ALDI 유심칩을 구매하고, 요금제를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5유로를 충전 후, 요금제를 선택했다면 5.5GB를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70MB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45,000원을 허공으로 날렸다. 흑

다른 도시에 살아보는 것은 익숙한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질문하고, 서울 안에서의 내 모습을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볼 수 있다. 1년동안 도시들을 옮겨 살며, 나는 어떤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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