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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한달살기 – 첫 날

베를린은 두번째 방문이다. 작년 겨울 2주 정도 여행을 왔었고, 도시 무빙 프로젝트의 첫번째 도시로 다시 오게 되었다.

첫 도시로 베를린을 정한 이유는 1-2달 살기에 가장 쉬운 도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베를린의 물가는 다른 유럽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저렴하고, 다양한 인종이 모여살고 있기 때문에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도시의 혼재된 문화에서 오는 자유로움과 생기가 좋았다.

베를린 첫 날, 몇가지 생각들을 간단히 적어보았다.

#1

베를린의 건축물과 공간들은 군더더기가 없다. 장식적인 요소들을 모두 빼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만 정갈하게 배치해 놓았다. 병원을 연상시키는 새하얀 벽 위에 컬러코드 #000이 분명한 텍스트/사인들은 도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흥미로운 것은 베를린의 웹사이트들도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는 것이다. 웹디자이너/개발자로 일하기 때문에 여러 사이트를 레퍼런스로 보는데 미국이나 북유럽의 아기자기하고 컬러풀한 웹사이트와 달리 베를린 웹사이트들은 컬러를 최소화하고, 텍스트 위주의 정보전달에 충실한다.

이때문에 베를린의 건축물이나 공간이 다소 무뚝뚝하고 차가워보일 수 있는데, 나는 그 느낌이 첫날부터 좋았다.

berlinische galerie 내부

#2

베를린 지하철(U-bahn) 안에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멀뚱하게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핸드폰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 풍경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어쩌면 생각을 비우고 멍하게 앉아있는 것일 수도 있다.

역에서 종이책을 손에 가지고 다니며 읽는 사람들도 종종 보았다. 8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툼한 누런 책이 패션 아이템처럼 보이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책읽기는 이브닝드레스처럼 이벤트성 행위가 되어가고 있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들을 특별한 듯 쳐다보는 스스로에게 반성이 일었다. 나도 여기서 책한권 가지고 다니며 완독을 목표로 해야지.

#3

베를린 지하철(U-bahn) 역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역마다 간판의 스타일과 디자인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도시의 풍경과도 닮아 있다. 베를린 사람들은 딱 하나의 스타일로 정의할 수 없을만큼 다채로운 패션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다양성이 꽃피우는 사회는 개인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서울은 개개인의 색깔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도시인가. 이 질문이 왠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베를린 지하철은 역마다 디자인이 다르다.

#4

베를린에는 1월 10일부터 2월 중순까지 한달 정도 머무를 예정이다. 스마트폰 데이터와 교통권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는데, 내 숙소의 호스트인 영국인 Mark 가 첫날 모든 것을 해결해주었다.

베를린에 온지 7년 정도 되었지만, 같은 simcard를 쓰고 있어. AlDI Talk 라고 Aldi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어. 한달에 12유로 정도 내면 2GB 정도 사용할 수 있어

서울의 비싼 통신비와 무제한 데이터에 익숙해진 나에게, 가격이나 데이터량 모두 충격적이었지만.. 이방인이라면 자고로 로컬의 말을 따라야한다. Aldi talk 를 사고 스마트폰을 성공적으로 개통했다. 흥미로운건 한달 교통패스(81 유로. 오전 10시 이후 이동 가능한 것은 59유로) 을 구매해야 하냐는 나의 질문에 대한 Mark의 답변이었다.

나와 내 친구들은 모두 자전거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거의 타지 않아. 한달 교통패스를 구매해 본 적이 없지만, 너가 이동이 많다면 구매해야지

내 성격상 동네 주변에 주로 머무를 것 같았고, 갑갑한 지하철이나 버스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싶었다. 서울에서도 한강을 따라 자전거로 이동하는 시절이 있었고… (미세먼지가 심해진 이후로는 자전거를 자주 타지 않았지만… ) 그래서 호기롭게 교통권을 끊지 않고, 공공자전거 또는 자전거 렌트를 알아보기로 했다.

베를린에 도착한 지 2일이 지났지만, 동네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주변에도 재밌는 것들이 많은데 아직 다른 동네에 나갈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이러다가 자전거 렌트고 뭐고 한달 내내 여기만 머무르는 건 아니겠지..

여담: 스마트폰 데이터를 10유로 내고 구매한 뒤, 유투브 스트리밍 음악을 길에서 생각없이 듣다가 30분 만에 데이터가 소진되었다 ㅠ ㅠ 아직 나는 서울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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